261011 "넘어질지언정 주저앉지는 않기를"
"넘어질지언정 주저앉지는 않기를"
몇 해 전, 프라하 한인 체육대회가 열렸던 널찍한 운동장을 기억합니다. 백여 명이 한데 어우러져 뛰놀기에 충분했던 그 공간을 보며, '언젠가 우리 교회 가족들도 저곳에서 마음껏 뛰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습니다.
그동안 늘 실내에서 체육대회를 했지만, 올해만큼은 파란 하늘 아래서 성도님들과 흙을 밟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운 거절과 무응답뿐이었습니다. 페트르진 북쪽의 한 초등학교는 구두 계약까지 마쳤지만, 상식의 다섯 배가 넘는 12,000코루나의 대관료를 청구해 이방인으로서의 속상함과 씁쓸함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99퍼센트 마음을 접고 좁은 교회 앞 운동장과 계약하려던 찰나, 신기하게 기다리다 누가 보내기라도 한 것 처럼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처음 연락했던 한글학교 운동장 측에서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과 함께, 조심스레 부탁했던 식당 공간까지 흔쾌히 내어준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 탁 트인 운동장에서 뛰고 다 같이 식사 교제를 나누는 평범한 풍경 뒤에는, 이토록 굳게 막혔다가 극적으로 열린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거의 포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안에는 절대 놓지 않으려던 신앙의 자존심 하나가 있었습니다.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안 되어도, 하나님이 역사하시면 된다. 그 1%의 기대를 끝까지 붙들고, 내 입술로 '절대 안 된다'는 절망을 선포하지 말자." 하나님께서는 그 1%의 믿음을 보시고 굳게 닫혔던 문을 활짝 열어 주셨습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의 삶은 크고 작은 거절의 연속입니다. 비자 문제로, 낯선 관공서 창구에서, 직장과 학교에서 우리는 수없이 "안 됩니다"(체코말로 Ne!!)라는 차가운 장벽을 마주합니다. 그러나 오늘, 사도 바울의 고백이 제 마음을 강하게 두드립니다.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고린도후서 4:8-9)
오늘 게임을 하며 온 힘을 다해 달리다 보면 누군가는 발이 꼬여 넘어지고 무릎이 팔꿈치가 더러워 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넘어진 사람 중 그 자리에 계속 주저앉아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고, 곁에 있던 가족과 성도들이 얼른 다가가 따뜻한 손을 내밀어 일으켜 줄 것입니다. 넘어졌던 그 순간은 오히려 오늘 하루 우리가 가장 크게 웃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의 남은 삶도 이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또다시 냉랭한 거절을 당하고 시련에 넘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결코 체념한 채 주저앉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1%의 기대를 굳게 붙들고 다시 일어서서 달려가는 사람, 그리고 넘어진 지체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는 공동체. 그것이 오늘 이 운동장에서, 그리고 앞으로 이 프라하 땅에서 우리 한마음교회가 보여주어야 할 아름다운 모습이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이원희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