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칼럼

260712 나는 왜 이곳에 살고 있을까?

관리자 등록일 : 2026. 7. 12.

나는 왜 이곳에 살고 있을까? 지난 6월 말부터 이어진 한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며칠 전 그립던 프라하로 돌아왔습니다. 바츨라프 하벨 공항을 빠져나와 익숙한 프라하 6구의 거리를 달리며 깊은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묘한 평안함과 벅찬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화려하고 모든 것이 편리한 한국의 일상을 뒤로하고 이 낯설고 투박한 타국 땅에 발을 내디뎠는데, 오히려 '아, 내 영적인 고향, 나의 사명의 자리에 드디어 돌아왔구나' 하는 묵직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참 많은 분들을 만나고 돌아보았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한국 사회와 역동적인 교회의 모습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하나의 근원적인 질문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나는 왜 체코에 살고 있을까?" 10년이 훌쩍 넘는 긴 세월 동안, 이역만리 프라하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사실 타국에서의 삶이 늘 낭만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고, 팍팍한 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마주할 때면 '내가 왜 이 낯선 곳에 남아서 이토록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하는 인간적인 의문과 외로움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정을 마치고 사명의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하나님께서는 제 마음에 아주 선명하고도 깊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제가 체코에 사는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나 어쩌다 보니 상황에 떠밀려 정착하게 된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하나님께서 이 척박한 유럽 땅, 체코 프라하에 저를 '필요로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깨달음은 제게 엄청난 은혜로 다가왔습니다. 하나님이 쓰시기 위해 부족한 저를 이곳에 부르셨고, 지난 시간 동안 다듬으시고 준비시키셨다는 사실이 가슴 저리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에는 더 크고 화려한 무대가 많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화려함이 아니라, 복음의 생명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곳에 우리 프라하한마음교회를 세우셨습니다. 쓰임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 나를 필요로 하시는 하나님의 사명의 자리가 이 프라하 땅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눈물 나게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아는 자는 방황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대단하게 이루어서가 아니라, 주님이 머물라 하신 곳에 머물며 그분이 맡기신 영혼들을 섬기는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분에 넘치는 특권입니다. 하나님이 저를 필요로 하셔서 이 땅에 살게 하셨다는 그 확실한 부르심이, 팍팍한 이민 목회의 여정을 걷게 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됨을 다시금 고백하게 됩니다. 이 은혜의 섭리는 비단 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프라하한마음교회 성도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여러분이 지금 프라하에서 학생으로, 주재원으로, 혹은 이민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세상의 눈에는 그저 학업이나 비즈니스, 혹은 가족의 상황 때문에 이곳에 온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영적인 눈을 들어 바라보면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이 땅에 '필요로 하셨기 때문'에 부르신 것입니다. 이 체코 땅에 여러분을 심으시고, 묵묵히 기도의 자리와 삶의 예배를 지켜내는 사명자로 쓰시기 위해 준비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서 있는 이곳 프라하가 바로 은혜의 자리요, 축복의 자리입니다. 이번 한 주간, 내게 허락하신 이 사명의 자리를 다시 한번 돌아보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하나님이 나를 필요로 하셔서, 나를 쓰시기 위해 이곳에 부르셨다"고 감사로 화답하며, 우리를 통해 이 땅에 이루실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기대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 이원희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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