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24 체코, 우연이 아닌 우리의 자리
체코, 우연이 아닌 우리의 자리
지난주 일요일, 7년 만에 체코교회와 함께 연합예배를 드렸습니다. PPT 화면에 한국어와 체코어가 함께 흐르는 동안,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로 찬양하고 기도했습니다. 완벽하게 통하지 않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오히려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하나라는 것, 그리고 이것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재라는 확신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 체코라는 땅에 살게 되었을까?" 누군가는 학업을, 누군가는 사업을, 또 누군가는 가족을 따라 이곳에 왔을 것입니다. 각자의 이유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한 가지를 압니다.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요.
사도행전 17장 26-27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가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살게 하시고 그들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셨으니 이는 사람으로 혹 하나님을 더듬어 찾아 발견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은 우리 각자가 어디에 살게 될지를 이미 정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단순히 살아가는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을 발견하고 증거하는 선교의 현장입니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선교지입니다. 편안하게 쉬다 가는 곳이 아닙니다. 체코는 유럽에서 가장 복음화율이 낮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무신론자가 70%가 넘는 이 땅에서, 우리는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영적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교회가 곳곳에 있지만, 이곳에서는 복음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우리 옆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동료들, 이웃들, 친구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은 더욱 절실합니다. 이 땅을 깊이 알아야 합니다. 그들의 역사를, 아픔을, 영적 갈망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 조국을 위해 기도하듯이,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간절하게 이 땅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는 얀 후스의 영적 후손입니다. 600여 년 전, 성경의 진리를 외치다 화형당한 체코의 종교개혁자 얀 후스. 루터보다 100년 앞서 "오직 성경"을 외쳤던 그의 피가 이 땅에 뿌려졌습니다. 그 믿음의 유산을 이어받은 우리가, 지금 이 땅에서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습니까?
한국에서는 교회가 복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교회임을 더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삶이 복음이고, 우리의 말이 증거입니다. 이것이 우연이 아닌 우리 자리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이원희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