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칼럼

261025 "​할로윈,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관리자 등록일 : 2026. 10. 25.

할로윈,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종교개혁 기념주일 목회칼럼 10월의 마지막 주가 되면 유럽의 거리와 상점은 호박과 해골, 유령과 마녀 장식으로 가득해집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체코도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할로윈을 기다리고,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축제 분위기에 동참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체코 프라하에서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한 번쯤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할로윈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우리는 이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할로윈의 뿌리는 고대 켈트족의 '사윈(Samhain)'이라는 축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에 죽은 자의 영혼이 산 자의 세계로 돌아온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풍습은 이후 서방 교회의 '모든 성인의 날' 전야 전통과 뒤섞이며 오늘날 할로윈의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유럽의 오래된 풍습이었던 할로윈이 어떻게 전 세계적인 축제가 되었을까요?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습니다. 19세기 아일랜드의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풍습을 함께 가져왔고, 20세기에 들어 미국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분장하고 이웃집을 방문해 사탕을 받는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 대중화되면서, 사탕 회사와 의상 업체들의 마케팅, 영화와 대중문화의 영향까지 더해져 거대한 상업적 축제로 성장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화려한 할로윈은 이렇게 미국의 소비문화를 거쳐 다시 전 세계로 확산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왜 할로윈을 경계해야 할까요? 단순히 호박을 장식하거나 사탕을 먹는 것이 죄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문화가 무엇을 상징하며, 우리에게 무엇을 익숙하게 만드는가 하는 것입니다. 할로윈에는 죽음과 악령, 마술과 공포를 오락으로 소비하는 요소들이 적지 않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엡 5:8)고 말씀합니다. 세상이 재미있다고 여기는 것이라도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분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할로윈을 즐기는 모든 사람이 악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그저 하나의 문화 행사로 참여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람들을 정죄하기보다 그 문화의 의미를 분별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세상이 즐기는 것을 무조건 따라가는 자유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무엇이 옳고 유익한지를 선택하는 자유입니다. 특별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 체코는 종교개혁의 역사가 깊이 새겨진 땅입니다. 독일에서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논제를 발표하기 100여 년 전, 보헤미아의 종교개혁자 얀 후스(Jan Hus)는 성경의 진리와 교회의 개혁을 외치다가 1415년 화형을 당했습니다. 우리가 자주 걷는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는 지금도 그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유럽의 관광도시가 아니라, 복음의 진리를 지키기 위해 믿음의 선배들이 헌신했던 역사의 현장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유럽의 문화 속에서 살아간다는 이유로 세상의 유행을 무분별하게 따라가기보다, 우리가 종교개혁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땅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할로윈의 분장과 사탕은 기억하면서도, 정작 이 땅에서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얀 후스의 이름과 종교개혁의 정신을 모른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세상의 문화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신앙의 성숙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문화에 아무런 분별 없이 휩쓸리는 것 역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아닙니다. 세상이 무엇을 즐기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번 종교개혁 기념주일, 우리 가정과 교회가 할로윈의 화려함보다 복음의 소중함을, 세상의 유행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깊이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단지 유럽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종교개혁의 역사가 새겨진 땅에서 오늘도 그 믿음을 이어 가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입니다. - 이원희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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